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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브해의 겨울 3편: 카리브해의 밤 — 사랑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남아메리카_South America/콜롬비아_Colombia 2025. 5. 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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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브해의 겨울>은 콜롬비아에서 시작된 서정적인 로맨스 연대기이다.

    그녀는 말했다.
    “이 방, 혼자 자기엔 너무 아깝죠.”

    그리고 그 밤,
    무언가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카리브해의 겨울

    3편. 카리브해의 밤 — 사랑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 도착, 그리고 공기의 변화

    카르타헤나.
    그들은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섬도 아니고, 수도도 아닌 이 항구도시는
    착륙과 동시에 공기의 결이 바뀌었다.

    벽마다 색이 있었다.
    문마다 과거가 들여다보였고,
    거리는 향신료보다 더 진한 기억의 냄새로 채워져 있었다.

    소공녀는 이 도시를 '카리브해의 속살'이라 생각했다.
    바다가 도심 깊숙이 들어와, 사람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도시.
    그리고 그녀는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여기서 시작될 것만 같았다.


    🏨 각자의 방, 각자의 밤

    소공녀는 알렉스와 함께
    오래전 예약해둔 남미 스타일의 작은 호텔에 머물렀다.
    목조 구조가 살아있는 자연친화적인 공간.
    햇살과 나무결이 어우러진, 조용한 휴식처였다.

    카탈리나는 어디에 묵고 있을까?
    같은 호텔에 묵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녀는 마지막 날에서야 숙소 이름을 물었다.
    자신의 호텔은 어디인지 끝내 말하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분위기 좋은 호텔을 찾았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짧게 웃었다.

    다음 날 저녁,
    카탈리나는 문득 찾아왔다.
    “혹시… 제 호텔방 구경하실래요?”

    그 방은 마치 신혼여행 잡지에서 튀어나온 장면 같았다.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넓은 구조,
    하늘거리는 커튼을 두른 킹사이즈 침대,
    욕실엔 촛불이 켜져 있었고,
    작은 발코니 너머엔 석양이 물든 카리브해가 펼쳐져 있었다.

    “이 방, 혼자 자기엔 너무 아깝죠.”
    그녀는 몇 번이나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말엔 뭔가 초조함과 쓸쓸함,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늬앙스가 섞여 있었다.

    소공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붉은빛이 천천히 방 안으로 스며들었고,
    그녀는 알았다.
    무언가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 카리브해 해적의 후예

    그날 이후, 카탈리나는
    “남미 남자와 꼭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그 말을 아주 또렷하게 내뱉었다.

    그녀로부터 저녁을 함께하자는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오후 일찍 만나 성곽 위를 함께 걸었고,
    카탈리나는 해가 질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소공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카탈리나는 재잘거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보고타에서도, 산타마르타에서도
    항상 먼저 말을 걸고,
    어디서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현지 친구가 생겼어요.”
    그녀는 짧게 말했다.

    “현지 친구라…?”
    소공녀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
    그것도 때로는 여행자의 예의일 수 있으니까.

    다음 날,
    카탈리나는 남미 남자와 함께 찍은 셀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자랑하듯 말했다.
    “그 사람, 영어 잘해요. 석사과정 학생이래요.”

     

    그 순간, 소공녀는 문득 생각했다.
    혹시 저 남자가, 카리브해 해적의 후예는 아닐까?

     

    사진 속 그녀의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밝았다.
    하지만 그 밝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소공녀는 끝내 가늠할 수 없었다.


    🕯️ 사랑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도시는 낮보다 밤에 더 뜨거웠다.
    낮엔 벽화를 보며 걷고,
    밤엔 성벽 위를 함께 거닐었다.

    하지만 그 밤,
    소공녀는 혼자였다.

    카탈리나는 남자와 사라졌고,
    알렉스는 사진을 정리하며 창가에 앉아 있었다.

    소공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사랑은 누구의 것이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밤 성벽 위를 걷는 발소리만이
    그 질문의 여운을 대신해주었다.

     

    기억은 풍경을 걷고, 이야기가 된다.
    – Nomadia83, 어느 여정의 끝에서.

     

    📌 다음 편 예고

    《카리브해의 겨울》 4편. 떠나는 마음 — 그녀가 남긴 온기
    떠날 때가 되었다.
    그녀는 카르타헤나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그리고 소공녀의 기억에는 어떤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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