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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현무암 주상절리 — 비크 레이니스피아라유럽_Europe 2025. 12. 15. 18:55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을 따라 미니버스를 타고 달리다가,
갑자기 차창 밖 풍경이 다른 행성으로 바뀐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어요.
검은 모래로 덮인 해변, 칼로 잘라낸 듯 서 있는 현무암 기둥들,
그리고 회색빛 바다 위로 솟은 바위기둥 하나.
그곳이 바로 비크(Vík í Mýrdal) 근처의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 해변,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현무암 주상절리 명소입니다.검은 모래 위, 기하학으로 세워진 절벽
버스에서 내려 해변으로 걸어가니,
발밑이 익숙한 노란 모래가 아니라 새까만 화산 모래가 펼쳐졌어요.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풍경 전체가 흑백 사진처럼 보일 만큼,
색감이 단순하고 강렬했어요.해변 한쪽에는 Hálsanefshellir 동굴과
그 주변을 둘러싼 주상절리 절벽이 서 있었어요.
육각형에 가까운 현무암 기둥들이 층층이 쌓여
마치 사람이 설계해 만든 성당 기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자연스럽게 갈라져 형성된 화산 지형이라고 해요.가까이 다가가서 올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솟은 현무암 기둥들이
파도와 바람, 빙하의 시간을 견디며 그대로 서 있더군요.
아이슬란드 현무암 주상절리 — 비크 레이니스피아라 레이니스드란가르(Reynisdrangar)
해변 맞은편 바다 쪽으로는
날렵한 창처럼 뾰족하게 솟은 바위 기둥들이 보입니다.
이 바위들은 레이니스드란가르(Reynisdrangar) 라고 불리는데,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여기에 트롤 이야기를 덧입혔어요.바다 위에 잠든 트롤의 전설
옛날 옛적, 두 마리의 트롤이
바다에서 배를 끌어당겨 육지로 옮기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밤새 애를 써도 해가 떠오르기 전에 일을 끝내지 못했고,
결국 아침 햇빛을 맞은 트롤들이 돌기둥으로 굳어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바다 위에 서 있는 저 바위들을 바라보며
“트롤이 잠든 곳”이라고 부르곤 하지요.
파도가 거세게 부딪칠 때면,
정말로 바위 속에서 누군가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레이니스피아라와 할그림스키르캬의 닮은꼴
레이니스피아라의 주상절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레이캬비크의 상징, 할그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도시 한가운데 우뚝 선 그 교회는
멀리서 보면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같기도 하고,
얼음과 용암이 함께 솟구친 산맥 같기도 하지요.교회의 설계자인 구드욘 사무엘손(Guðjón Samúelsson) 은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 주상절리와 용암 지형에서
영감을 받아 외관을 디자인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스바르티포스(Svartifoss) 폭포 주변의 절벽이
대표적인 모티브로 자주 언급됩니다.비록 “레이니스피아라에서 직접 영감을 받았다”고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해변의 기하학적 풍경 앞에 서 있으니
왜 할그림스키르캬의 실루엣이 그렇게
아이슬란드적인 느낌을 주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어요.남부의 절벽과 북부의 도시 성당이
같은 화산섬의 기억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여행자의 마음을 조용히 울립니다.이곳이 위험한 동시에 신비로운 이유
레이니스피아라는 아름답지만,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위험한 해변 중 하나로도 유명합니다.- 갑자기 몰아치는 스니커 웨이브(Sneaker Wave)
- 파도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잿빛 바다
- 방심하는 순간 발목을 잡고 끌고 들어가는 거센 물살
그래서 이곳에는
“바다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 것”이라는 경고 문구가
여러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저도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파도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자연 앞에서 감탄과 경외, 그리고 두려움은
늘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딴 세상 같은 풍경이 남겨준 것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눈을 감으면 레이니스피아라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검은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현무암 기둥들,
바다 위에서 묵묵히 파도를 받아내던 레이니스드란가르,
그리고 그 모든 풍경을 감싸던 차가운 공기.그날 저는,
**“여기는 인간이 주인인 세계가 아니라 자연이 주인인 세계”**라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아이슬란드 남부의 이 한 해변은
제 여정 속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작은 성지 같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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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풍경을 걷고, 이야기가 된다.
– Nomadia83, 어느 여정의 끝에서.728x90반응형'유럽_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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