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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 하늘을 향해 달린 스노돈 증기기관차.대영제국_United Kingdom(UK) 2026. 8. 4. 22:51
웨일스는 영국을 구성하는 네 나라 중 하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제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에게서 스노든 산악철도에 대해 처음 들었다. 제인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번 여정에서 놓쳤을 체험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구름이 내려앉은 산 위로 천천히 오르는 길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하늘을 향해 달리는 듯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나도 어느새 하늘과 산 사이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기관차가 경적을 울리며 뿜어낸 하얀 증기는 산허리를 감싼 구름과 뒤섞였다. 어디까지가 증기이고 어디부터가 구름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풍경은 하나로 이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천국으로 오르는 길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구름 속을 뚫고 해발 1,085m 스노돈 정상역에 도착한 증기기관차 웨일스를 대표하는 산악철도
북웨일스에는 여러 증기기관차 체험 코스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스노든 마운틴 레일웨이(Snowdon Mountain Railway)였다. 1896년에 개통한 이 산악철도는 해발 1,085m의 웨일스 최고봉 스노든(Snowdon, 웨일스어 Yr Wyddfa) 정상까지 수많은 여행객을 실어 나르며, 오늘날 웨일스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스노든산을 오르는 방법은 등산과 셔틀버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가장 오래되고 낭만적인 길을 선택했다. 오랜 세월 같은 선로를 달려온 증기기관차를 타고 천천히 정상을 향해 오르는 여정은 이번 웨일스 여행에서 무엇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순간이었다.

웨일스 최고봉 스노든을 향해 100년이 넘는 시간을 달려온 스노든 마운틴 레일웨이 
스노든 마운틴 레일웨이의 기관차와 운전실 증기기관차를 타고 하늘을 향해
기차가 란베리스(Llanberis)역을 천천히 출발하자 초록빛 들판과 호수가 펼쳐졌다. 기관차가 뿜어내는 하얀 증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힘찬 경적이 고요한 산기슭에 울려 퍼졌다. 마치 오래전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여행을 마치고 란베리스(Llanberis)역에 도착한 스노든 산악철도 고도를 높여 갈수록 풍경도 달라졌다. 부드러운 초원은 거친 바위산으로 바뀌었고, 맑던 하늘에는 어느새 구름이 내려앉았다. 기차는 산허리를 감싼 운무를 헤치며 정상을 향해 나아갔고, 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 여정을 온전히 즐겼다.
산길에서는 스노든 정상을 향해 걷는 등산객들과 여러 차례 마주쳤다. 그들은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우리도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의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초원에는 수많은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언덕마다 흩어진 양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 순간 초원이 양들로 뒤덮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런 목가적인 장면은 웨일스가 아니면 쉽게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스노든 산악철도를 이끄는 기관차 
스노든을 향해 오르던 길에 만난 웨일스의 절경 증기기관차가 출발하는 순간
기관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길게 울려 퍼지는 기적 소리와 함께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 순간 문득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온 듯했다.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의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철길 위를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바퀴 소리. 창밖으로는 란베리스(Llanberis) 마을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증기기관차는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자동차였다면 스쳐 지나갔을 호수와 초원, 돌담과 양들이 천천히 곁을 지나갔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내가 오래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100년 넘는 세월을 달려온 스노든 산악철도의 증기기관차 
하얀 증기를 뿜으며 스노든을 향해 객차를 밀어 올리던 증기기관차 하늘을 향해 점점 높아지는 풍경
기차가 고도를 높일수록 시야도 함께 넓어졌다. 산 아래로는 푸른 호수와 초원이 점점 작아졌고, 웨일스의 산맥이 끝없이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 가까이 보이던 풍경은 어느새 한 폭의 지도처럼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웨일스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도 인상적이었다. 햇살이 산비탈을 비추다가도, 잠시 뒤에는 구름과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며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냈다. 같은 길을 오르고 있었지만, 창밖 풍경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스노든을 향해 오르며 눈앞에 펼쳐진 웨일스의 절경 스노돈 정상에서 만난 웨일스
정상에 도착하니 해발 1,085m였다. 날씨가 맑다면 스노도니아 국립공원의 산맥과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방문한 날은 구름이 산을 뒤덮고 있어 마치 구름 위에 올라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상역에는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었고, 차가워진 몸을 녹여준 핫초콜릿 한 잔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구름에 잠긴 스노든 정상의 암봉 스노돈 정상에서 만난 다섯 명의 등산객
그곳에서 다섯 명의 남학생을 만났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그들은 스노든 정상을 걸어서 올라온 등산객들이었다. 비를 맞아 옷이 흠뻑 젖은 채 하산할 때는 열차를 이용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탑승할 열차가 마지막 운행이었고 이미 매진이라 그 학생들은 표를 구하지 못했다.
먼 아프가니스탄에서 여행 온 학생들이라 열차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 같았다. 몹시 당황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결국 어떻게 내려갔을까. 어두워지는 산길을 다시 걸어 내려갔을까.
정상에서 잠시 머문 뒤 나는 다시 같은 열차를 타고 산을 내려왔다.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졌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하산하는 내내 그 학생들이 마음에 걸렸다.

스노든 최고점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 구름 속에서 만난 금빛 원반
정상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 위로 하나둘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이번 스노든 여행의 가장 높은 정점을 밟아 보자는 마음으로 미정상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정상의 암봉을 향해 하나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나도 이번 스노든 여행의 가장 높은 지점을 밟아 보자는 마음으로 미끄러운 암반 길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비가 내려 암반은 몹시 미끄러웠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스노든의 최고점에 올라 보지 못한 채 내려가면 오래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힘겹게 암봉 정상에 오르자 커다란 금빛 원형 안내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회색빛 구름에 둘러싸인 정상에서 홀로 금빛을 띠고 있는 원반은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이 안내판은 스노든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산과 호수, 마을의 이름과 방향을 알려 주는 전망 안내판(Toposcope)이었다. 날씨가 맑았다면 안내판에 새겨진 이름을 따라 웨일스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것은 끝없이 밀려오는 구름뿐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오히려 상상은 더 멀리 이어졌다. 눈앞의 풍경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구름 너머에 펼쳐져 있을 웨일스의 산과 호수는 오히려 더 오래 마음속에 남았다.

스노든 정상에 설치된 금빛 전망 안내판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기차여행
많은 사람들은 스노든 정상에 오르는 것을 여행의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내게 이번 여정의 주인공은 정상이 아니라 증기기관차였다.
이 열차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느린 속도로 산을 오르며 웨일스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100년이 넘는 철도의 역사를 함께 달리는 기차여행 그 자체였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증기기관차 특유의 엔진 소리, 힘찬 기적 소리는 이 여행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주었다.

웨일스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하산하는 스노든 마운틴 레일웨이 정상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 기차역에서 받은 햄퍼를 들고 객차에 올랐다. 바구니 속 웨일스케이크(Welsh Cakes)와 정상에서 다 마시지 못한 핫초콜릿은 하산길의 작은 간식이 되었다. 창밖으로는 구름에 잠긴 웨일스의 산들이 천천히 뒤로 흘러갔다. 구름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 안에서 먹어서였을까. 그날의 웨일스케이크와 핫초콜릿은 지금까지 맛본 어떤 간식보다도 오래 기억에 남는 맛이 되었다.

정상에서의 여운을 안고, 증기기관차 안에서 즐긴 웨일스 쿠키와 따뜻한 핫초콜릿 스노돈 여행 정보
- 출발역 : Llanberis Station
- 목적지 : Snowdon Summit
- 운행시간 : 약 2시간 30분(왕복)
- 최고 해발 : 1,085m
- 추천 계절 : 5월~9월
- 예약 : 성수기에는 사전 예약 권장
스노돈 산악철도는 단순히 정상에 오르기 위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증기기관차를 타고 웨일스 최고의 풍경 속을 천천히 달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었다.
기억은 풍경을 걷고, 이야기가 된다.
– Nomadia, 어느 여정의 끝에서728x90반응형LIST'대영제국_United Kingdom(UK)'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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