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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두인과 찾아간 페트라의 '산 제물 받친 곳', 요르단
    중동_Middle East/요르단_Jordan 2024. 8. 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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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라(Petra)를 탐방하고 돌아나오는 길이었는데 짙은 스모키 눈화장의 베두인 한명이 다가왔다. 그는 높은 절벽 위를 가리키며 고지대 희생의 장소(High Place of Sacrifice)로 안내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광활한 페트라를 둘러보느라 너무 지쳐 있었기에 더 이상은 걷고 싶지가 않았다. 게다가 저렇게 높은 곳으로 가자고 하니 체력적으로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거절의 의미로 베두인이 부르는 가격에서 절반으로 깍았다. 아! 그런데 이 베두인이 흔쾌히 '그렇게 하자'며 수락하는 것이 아닌가? 페트라에서 가이드는 부르는게 값이다.

     

    산 제물 바친 장소 (High Place of Sacrifice)

    산 제물 바친 장소로 가는 안내 비용을 반값으로 가격 흥정까지 해놓고서는 안간다고 하면 큰일 날 거 같아 베두인(Bedouin)을 따라 나섰다. 베두인이 가파르게 솟아오른 절벽 아래로 나를 데려갔다. 그곳이 나를 태워 갈 당나귀를 기다리는 장소인가 했더니 뜬금없이 자기 따라 오라며 절벽 위로 오르는 것이다.


    산 제물을 바치던 곳으로 가는 길 

    그 베두인이 실실 웃는 모습이 그냥 농담하는 줄 알았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하는가 싶어 못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나의 배낭을 뺏어 매고는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나의 배낭을 훔치려는건가 하여 놀란 얼굴로 바라보니 그는 위도 보지말고, 아래도 보지말고 무조건 자기 발자국만 따라 밟으라고 했다.

    무서움에 떨며 절벽을 오르는 나를 보며 익살맞게 웃던 베두인

     

    베두인(Bedouin)은 축지법을 쓰는가?

    요르단을 여행하면서 만난 베두인들 중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있는 듯 하다. 짙은 스모키 눈화장의 베두인은 가파른 절벽을 다람쥐처럼 쪼르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나를 이끌어 주고 했다. 베두인들은 축지법을 쓰는건지 순시간에 광야 저 먼곳으로 한 개의 점처럼 사리지는 것이 신기하였다. 이 베두인은 깍아지른 절벽도 아무런 장비없이 잘타고 올라간다. 베두인을 사막의 전사라고 하는 이유이다.

     

    상상할 수 없는 모험

    처음에는 베두인의 발자국을 따라 올라갈 수 있었지만 절벽은 점점 가팔라지면서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도 절벽 꼭대기까지 안가고 중간에 샛길이나 정상으로 연결되는 무슨 비밀 통로가 있을까 하여 힘들게 따라 올라가다가 보니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가려고 아래를 보니 눈이 핑 도는 것이 너무 아찔하다. 절벽 아래로 되돌아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발을 헛디디니 돌맹이 하나가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데 아차하고 발을 잘못 디디면 저 돌맹이 신세가 되어 절벽 아래로 추락이다.


    두번 다시는 못할 모험

    '대체 어떤 관광객이 이런 위험한 절벽을 타는걸까?' 내가 처한 상황이 도무지 믿기질 않아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저 건너편에 밧줄 안전장치가 연결되어 있는 넓고 완만한 코스를 오르고 있는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이 베두인이 절반 가격으로 흥정을 한 나를 약 올리려고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험준한 곳으로 데리고 온 모양이다. 내 가방 속에 돈도 있고 비싼 카메라도 있어 납치하려고 하는건가? 그 당시에는 무서워서 눈물이 났었다.

     

    신은 왜 인간 제물을 원했을까?

    죽을 힘을 다해 절벽을 올라오니 탁 트인 넓은 광야가 펼쳐지는데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라고는 안보였다. 광야의 경치를 구경하며 걸어가니 돌로 만들어진 제단이 나타났다. 그 제단이 사람이나 동물을 산 제물로 바치던 장소라고 한다. 게다가 제단 위에서 피가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둔 배수로를 보니 오싹한 기분 마저 들었다. 우리나라 심청전에 인신공양이 나온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이러한 산 제물 바치는 풍습이 대체 왜,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슬픈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와디무사 마을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놓칠 수 없는 전경이다.

    산 제물을 받쳤던 제단 위에 나타난 고양이

     

    희생의 장소, 하이플레이스에서 만난 생명체

    어디선가 갑자기 카라멜색 무늬의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제단 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응시하는 표정이 와디무사 마을을 내려다 보는 듯 하다. 와디무사 마을에서 자라나서 이곳에서 산 제물로 희생된 소녀의 환생일까? 고양이는 제물의 피를 뽑던 동그란 구멍 주변을 맴돌았다. 풀 한포기 안보이는 황량한 이곳에서 얘네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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